[SS인터뷰] ‘갑동이’ 김민정 “줄타기 같던 오마리아, 최고는 아니지만…”
[SS인터뷰] ‘갑동이’ 김민정 “줄타기 같던 오마리아, 최고는 아니지만…”
  • 승인 2014.06.27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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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TV l 김숙현 기자] 최근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갑동이’(연출 조수원 | 극본 권음미) 속 오마리아(김민정 분)의 운명은 기구했다. 12살 당시 소녀는 친구와 가출에 나섰다가 연쇄살인범에게 붙잡힌다. 연쇄살인범은 친구와 목숨을 건 가위바위보를 지시한다. 겁에 질린 소녀들은 계속해서 비기고 만다. 결국 이 소녀는 얼떨결에 손바닥을 펼쳐 끝나지 않을 듯했던 게임을 마쳤다. “이기면 살려주는 거 아니었나요?” 연쇄살인범은 소녀의 간절함을 비웃었다. “누가 먼저 죽어야 할지 정해야 했거든.” 친구는 죽었고, 간신히 살아남은 소녀의 인생은 완전히 변했다.

그로부터 17년이 흐르고 소녀는 이름도 모습도 달라졌지만 여전히 친구를 죽게 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트라우마 속에 살아왔다. 낮에는 청순하고 천사 같은 의사 선생님이지만 진료가 끝나면 같은 사람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확 달라진 모습으로 독설을 뱉는다. 끔찍한 기억을 안고 연쇄살인범 ‘갑동이’를 찾아 헤매면서 마침내 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한 이 소녀는 ‘죽지 못해 사는 여자’로 살던 끝에 비로소 긴 싸움에 종지부를 찍었다.

현실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 속에서도 흔히 만날 수 없는 인물이다. 오마리아 캐릭터는 25년 차 연기 경력을 가진 배우 김민정(31)이 거친 수많은 역할 중에서도 쉽지 않았다. 5개월간 준비 및 촬영 끝에 20회 분량의 방송을 무사히 마치고 또 하나의 캐릭터를 해낸 김민정을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났다.

   
 

- 의사 역할이 벌써 세 번째다.

“‘의사 가운을 또 입어도 되나’ 고민하기도 했다. 그런데 계속 의사 역할이 들어온 걸 보면 남들이 보기에 지루하진 않은가보다.(웃음) MBC 드라마 ‘뉴하트’ 남혜석 역이나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제3병원’ 진혜인 역은 외과 레지던트라서 좀 비슷했지만 ‘갑동이’ 오마리아 캐릭터는 정신과 의사라 상담 위주인 점이 다르기도 했고.”

- 김민정이 연구한 오마리아는 어떤 이미지인가.

“지금까지의 김민정보다 성숙하고 지적인 느낌이 났으면 좋겠더라. 사람들이 ‘저 여자 뭐야?’ ‘무슨 생각 하는 거야?’라고 봐줬으면 싶었다. 표정도 보이지 않고 툭툭 내뱉는 느낌이었으면 했다. 어차피 오마리아가 변하면 감정선이 확 드러나니까. 영화 ‘양들의 침묵’(감독 조나단 드미) 속 조디 포스터가 지적이면서 강한 이미지여서 오마리아의 평소 모습에 많이 참고했다.”

- 주로 류태오(이준 분)와 장면에서 많이 등장하는데, 변한 오마리아는 평소 모습과 정반대다.

“살인마에게 받은 상처가 있는 오마리아에게 가발과 짙은 화장은 일종의 방어벽이다. 살인마에게 당한 사람이 살인마를 대할 때 그 정도도 하지 않고 어떻게 버티겠나. 류태오를 만날 때는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연기할 때는 오히려 류태오에게 싸늘하게 굴면서 재미나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기도 했다.”

- 캐릭터가 워낙 어려운데 연기할 때 어떤 면에 중점을 뒀는지.

“작가님도 ‘갑동이’에서 오마리아가 가장 어려운 캐릭터라고 말씀하셨다. 오마리아는 이중적인 인물이지 않나. 나는 이중적인 이유를 이해했지만 영상으로 볼 때는 내가 느낀 만큼 똑같이 전해지지 않을 수 있다. 내가 오마리아의 비정상적인 면을 이해하고 연기해도 남들이 볼 때 이상해 보일 수도 있어서 그 선을 잘 지켜야 하는 부분이 마치 줄타기하는 느낌이었다. 대사 톤 하나라도 조금만 잘못하면 줄에서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 끝나고 돌아본 만족도는.

“오마리아를 잘 표현하기 위해 캐릭터의 정당성을 만들거나 더 고민하느라 감독님과 의견을 나누면서 머리가 아프기도 했지만 괜찮은 수위였던 것 같다. 오마리아를 이해하는 이도, 그렇지 않은 이도 있었지만 스스로 연기하면서 위기라고 느낄 수준은 아니었다.

- 처음부터 다시 한다면 더 잘할 수 있다거나 싶은 생각은 없나.

“후회는 없다. 사실 100% 만족하는 작품은 지금까지 없었다. 다만 ‘후회 없다’고 할 수 있는 건 최고는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아쉬웠던 장면도 있다. 처음부터 다시 한다면 그걸 반영할 순 있겠지만 다시 시작해도 마찬가지지 않을까.”

   
 

- 김민정에게도 트라우마가 있나.

“어릴 때 자아가 형성되기 전부터 일을 시작해서 판단과 평가를 받다 보니 ‘내가 보는 김민정’이 아니라 ‘남이 보는 김민정’으로 산 시간이 길었다. 학교에 가도 동급생이나 선배들이 창문에서 늘 쳐다보고 있어서 학교생활을 한다는 느낌이 안 났다. 욕먹으면 안 되니까 학교 규율도 무조건 지키고 약간 고개를 숙인 채 다니기도 했고. 상처라기보다는 지나서 보니 ‘편안하지 못했구나’를 알게 되더라.”

- 아역배우로 시작한 게 아니라 20대 때 데뷔했더라면 달랐을까.

“완전히 다를 것 같다. 고민의 깊이가 지금만큼 내려가지 않고 조금 더 편하게 살지 않았을까? 너무 어릴 때 많은 걸 겪고 체득해서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 싶다.”

- 해가 지나면서 변했다고 느끼는 점은.

“20대 때보다 지금이 더 건강하다고 느낀다. 과거 완벽주의자에다 예민한 스타일인 탓에 자신을 힘들게 하는 성격이었다. 자학하는 점이 있어서 그런지 20대 때는 치이며 살았다. 지금은 그런 면에서 많이 나아졌다.”

- 엄격하던 자신에서 벗어난 계기는 뭐였는지.

“힘들어서 그렇다.(웃음) 완벽주의자들은 본인도 괴롭지만 의도치 않게 주변을 힘들게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어느 날 그걸 발견한 거다. 그렇게 스스로 괴롭혀도 개인적인 만족도를 충족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여러 모로 도움이 안 되는구나 싶었다.”

-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

“산에 가는 게 제일 좋다. 운동하면 스트레스가 해결된다. 명상도 좋아한다. 산 타고 명상하는 것만큼 힐링되는 게 없더라. 등산과 명상이 누구에게나 좋다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맞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 작품 도중에는 등산이나 명상 같은 방법이 어려울 텐데.

“배우 일은 사실 어떤 직업보다 도 닦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워낙 변수도 많고 불규칙한 데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크다. 그래서 더 자기 관리가 필요하고 마음을 다져야 한다. 이 일의 핵심은 ‘나를 다스리는 것밖에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 그렇게 힘든 직업인데도 25년 이상 해올 수 있었던 원천이 있다면.

“전에 일을 욕심내다가 나라는 사람이나 일 자체, 세상에 대한 벽에 부딪힌 적이 있었다. 그러고 나니 일에 대한 마음이 예전 같지 않더라. 그런데 그 시기를 지나니까 다시 일이 소중해졌다. 중간에 파도를 겪은 위기가 인생에서 기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지금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감사하고 귀한 거라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 곧 차기작으로 만날 수 있을지.

“원래 캐릭터에서 빠져나오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한 타입이었다. 20대 시절 작품을 띄엄띄엄 한 것도 의도한 게 아니라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데 배우는 현장에 있어야 더 많이 배울 수 있지 않나. 20대 때 너무 많이 떨어져 있지 않았나 싶다.”

- ‘갑동이’ 오마리아 다음의 김민정이 입을 캐릭터는 어떤 인물일까.

“털털하고 가볍게 할 수 있는 역할이나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가장 하고 싶다. 아니면 아예 지적인 방향도 좋다. 또 의사 연기를 한다 해도 앞서 보여준 것과 또 다른 느낌으로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SSTV 김숙현 기자 sstvpress@naver.com

사진 = 더좋은 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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